2024. 11. 22. 13:37ㆍ영송헌아카데미
안녕하세요. 가곡전수관입니다.
2024년 11월 21일 목요일 오후 4시30분 가곡전수관 영송헌에서는 특별한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영송헌아카데미 일반인강좌 ‘강의가 있는 풍류방음악회’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가곡’ 및 우리 전통예술의 보급선양을 목적으로 기획한 일반인 대상의 인문학강좌입니다. 국가무형유산 가곡 보유자 조순자 선생이 들려주는 가곡, 가사, 시조, 기악곡 등의 풍류방 음악에 담긴 사연과 풍류방 문화의 인문학적 의의를 살펴보는 색다른 음악회입니다.
그런데 보통 가곡전수관에 공연을 자주 보러 오시는 분들이라면 다 알고 계시겠지만 강의가 있는 풍류방 음악회가 아니더라도 영송당 조순자 관장님의 해설은 꼭 재미있는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 다들 알고 계시죠?
그래서 가곡전수관에 자주 오시는 분들이라면 특별할 것이 없지만, 가곡전수관에 처음 오시는 분들이라면.. 우와~~ 국악은 어려운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네? 마치 할머니의 재미있는 이야기 보따리를 듣는 듯한 편안하고 재미있는 해설이 빠름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겐 자칫 지겹게 느껴질수도 있는 가곡을 조순자 관장님의 해설과 함께 해서 쉽고 재미있게 느껴질수 있는 그런 가곡전수관의 특화된 공연 형태랍니다!!
가곡전수관에서는 보통 저녁7시30분에 공연을 진행하여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들이나 가정이 있는 주부 등 늦은 시간이라 가곡전수관에 찾기 어려우셨던 분들을 위해 조금은 이른 오후 4시30분에 공연의 문을 열었습니다.
맨처음 무대는 이유나 이수자가 불러주는 수잡가 '창 내고자' 입니다.
수잡가(首雜歌)는 임기준(林基俊) 전창(傳唱)으로 곡조의 구성이 시조 반, 잡가조(雜歌調) 반으로 뒤섞여 있기 때문에 시조라고 부르기에는 격(格)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잡가(雜歌)라고 할 수도 없으므로 잡가의 으뜸(首)라는 뜻에서 수잡가라고 하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음악적으로 처음에는 시조창으로 부르다가 중간에 시조장단에서 벗어나 장구 북편만 울리는 리듬으로 쳐 나가고, 요성(搖聲)의 자리도 서도소리와 같이 중간음인 중(仲)으로 옮겨져 완전히 잡가조로 부르다가 다시 시조장단에 의한 시조창법으로 되돌아갑니다. 그래서 그 음악적인 형태로 보아 가곡(歌曲)의「엇편(旕編, 言編)」과 비교되고, 이 종류의 시조는 그 형태상으로 보아 엇편시조·엇엮음시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곡 창조를 본받은 시조 창법에 잡가 창조가 도입되는 과정을 연구하는 데 귀한 자료가 되는 곡입니다. 「푸른 산중하에」·「창(窓)내고자」의 두 곡이 지금까지 전창되고 있습니다.
<창내고자>는 139자로 장형시조입니다. 장형시조를 노랫말로 해도 사잡가의 배자법은 사설시조와는 다릅니다. 창내고자는 중장부터 서도 잡가풍의 선율과 3박 계통의 장단에 집중적으로 많은 노랫말을 배자합니다. 이는 〈사설시조〉가 많은 노랫말을 초장ㆍ중장ㆍ종장에 비교적 고르게 배분하고, 〈사설지름시조〉는 글자 수에 따라 5박이나 8박짜리 각(刻)을 덧붙여 길이를 늘이는 것과 차이가 있는 곡입니다.
初章 창 내고자 창 내고자 이 내 가슴에 창 내여고자
中章 광창이나 들창이나 벼락다지 미다지나 쌍창이나 열장자 밑장자 가루장자 세루장자
돌첩 접은 걸 분합 앞돌저귀에 숫돌저귀를 마쳐 글쇠 백목 고리 사슬 박을 설주에다
뿌리 긴 박옷을 대고 크나큰 장도리로 땅뚱땅뚱눌러박어 이 내 가슴에 창 내여고자
終章 두었다 임 생각이 나서 가슴이 답답하올 때에 여닫처나 볼까.
두번째 무대는 김참이 이수자가 불러주는 가사 '백구사'입니다.
‘백구야 펄펄 나지마라 너 잡을 내 아니로다’로 시작한다고 하여 붙여진 곡명으로 백구가(白鷗歌)라고도 합니다. 백구는 갈매기로 판소리의 단가나 민요에 자주 등장하는 아주 친숙한 소재의 하나인데 백구사는 백구를 소재로 하여 자연에 묻혀 속세의 모든 욕심을 버리고자 하는 마음을 노래한 곡입니다. 백구사는 작자미상이라고 하나 정조때 세도가였던 홍국영이 지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가 후에 강릉으로 추방당하여 이곳에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지었다는 것입니다.
백구사는 12가사 중 풍류음악의 품격과 취향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노래로 남자 가객들의 애창곡입니다. 노래의 주제는 관직에서 물러난 선비가 자연에 귀의하여 백구와 벗이 되어 풍류를 누리겠다는 내용입니다. 사설의 첫부분은 ‘백구야 펄펄 나지마라’로 되어 있지만 노래할 때는 ‘백구야 펄펄’은 생략하고 ‘나지마라’로 시작합니다. 보통 가사 첫 부분이 중시되는 노래에서 이런 파격적인 시작 방법은 백구사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입니다. 한편 백구사는 선율 진행이 매우 잔잔하고 평이하며, 선비들의 문화 취향을 점잖게 표현하는 풍류 노래의 진면목을 전해줍니다. 백구사는 후렴구 없이 본 가사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마루] (백구야 펄펄) 나지마라 너 잡을 내 아니로다 성상이 버리시니 너를 좇아 예 왔노라
오류춘광 경 좋은데 백마금편 화류 가자
[둘째마루] 운침벽계 화홍유록한데 만학천봉 빛은 새뤄 호중천지 별건곤이 여기로다
[셋째마루] 고봉만장 청기울한데 녹죽창송은 높기를 다퉈 명사십리에 해당화만 다 피어서
[넷째마루] 모진 광풍을 견디지 못하여 뚝뚝 떨어져서 아주 펄펄 날아나니 귄들 아니 경 일러냐
세번째 무대는 국악연주단 정음이 들려주는 기악합주 '경풍년' 무대입니다.
경풍년(慶豊年)은 성악곡인 가곡(歌曲)중에서 두거(頭擧)의 선율을 기악화한 곡으로, ‘풍년을 기뻐한다’라는 뜻으로 궁중행사에서 축하용 음악으로 주로 연주한 곡입니다.
가곡은 경우에 따라서 노래 없이 기악곡으로 연주하기도 하는데, 기악곡으로 연주할 때는 거문고와 가야금을 제외시킨 관악 편성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악곡으로 연주될 때에는 악기고유의 특성에 맞추어 다양한 변화가 이루어져 본 곡과는 다른 새로운 기악곡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됩니다.
네번째 무대는 이유나 이수자와 김참이 이수자가 함께 불러주는 가곡 계면조 롱 '북두' 입니다.
가곡 계면조 농(弄)은 악곡의 흐름이 흥청거리듯 유연하게 흐르는 곡으로 “농(弄)” 또는 “농가(弄歌)” 라고 불렀습니다. 흥청거리는 창법으로 16박 한 장단의 여유로운 속도로 부르며, 가곡의 기본형식과 같지만 사설의 글자 수에 따라 3장이 늘어나던지 초장 첫 장단에 3박이 늘어나기도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곡입니다.
여창 계면조 농 북두는 7개의 별을 헤아리며 사랑하는 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시이죠. 밤새 연인과 정담을 나누는데 빨리 아침이 오니 아침을 알리는 샛별이 뜨지 말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노래입니다.
初章 북두칠성(北斗七星)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분께
貳章 민망한 발괄 소지(所持) 한 장 아뢰나이다
參章 그리든 님을 만나 정(情)엣 말삼 채 못하여 날이 쉬 새니 글로 민망
四章 밤중만
五章 삼태성(三台星) 차사(差使) 놓아 샛별 없이 하소서
다음 무대는 가곡 계면조 락 '청산도'와 계면조 편삭대엽 '모란은'을 잇대어 들어 보았습니다.
먼저 여창가곡 계면조 락 '청산도'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계락은 계면조로 구성된 락(樂)이라는 뜻으로 계락은 우락과 대칭된다 할 수 있습니다. 계락은 남창과 여창에서 모두 불리는 곡입니다. ‘청산도’는 <해동가요(海東歌謠)>에서는 송시열(宋時烈, 1607년~1689년)의 작품이라고 전해지지만, 작가를 김인후(金麟厚, 1510~1560)로 보기도 합니다. 김인후의 문집인 『하서전집(河西全集) 속집(續集)』에 「자연가(自然歌)」라는 시가 있는데, 「자연가」가 이 시조를 한역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산도는 ‘절로절로’라는 구절이 초장부터 종장까지 여러번 반복되어 리듬감을 주며 이 리듬감이 자연스러워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자는 내용과 매우 적절하게 어울리는 곡입니다. 산과 물이 저절로 생겨난 것처럼 우리도 자연 속에서 났으므로 순리대로 살자는 내용의 노래입니다.
初章 청산(靑山)도 절로절로
貳章 녹수(錄水)라도 절로절로
參章 산(山) 절로절로 수(水) 절로절로 산수간(山水間)에 나도 절로절로
四章 우리도
五章 절로절로 자란 몸이니 늙기도 절로절로 늙으리라
다음 여창가곡 계면조 편삭대엽 '모란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편삭대엽은 ‘엮는 자진한잎’ 이란 뜻으로, 남창과 여창 모두에서 불립니다. 장단은 10점 10박 한 장단인 편장단이며, 편장단으로 삭대엽을 부른다는 뜻으로 빠른 속도로 사설이 많은 시를 노래합니다. 편삭대엽 ‘모란은’의 노랫말은 조선시대의 유명한 가객이자 [해동가요]의 저자인 김수장의 작품이죠.
初章 모란(牡丹)은 화중왕(花中王)이요
貳章 향일화(向日花)는 충신(忠臣)이로다
參章 연화(蓮花)는 군자(君子)요 행화(杏花) 소인(小人)이라
국화(菊花)는 은일사(隱逸士)요 매화(梅花) 한사(寒士)로다
박꽃은 노인(老人)이요 석죽화(石竹花)는 소년(少年)이라
규화(葵花) 무당(巫堂)이요 해당화(海棠花)는 창녀(娼女)이로다
四章 이중에
五章 이화(梨花) 시객(詩客)이요 홍도(紅桃) 벽도(碧桃) 삼색도(三色挑)는 풍류량(風流郞)인가 하노라
이렇게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의 재미있는 강의를 듣다보니 벌써 한시간의 공연이 금방 끝나버렸답니다. 이번에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서, 멀리 있어서 함께하지 못했던 분들도 가곡전수관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보기 가능하니 많은 시청과 댓글 부탁드립니다.
아래 그림을 누르면 해당공연으로 바로 연결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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