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첫 토요상설공연 '나눔' - 우리문화 살리기 공감대 형성

2009. 4. 24. 13:37언론에 비친 가곡전수관

마산 가곡전수관 첫 토요상설공연 '나눔' 
개장 6개월만의 첫 공연 '성황'…우리 문화 살리기 공감대 형성


2007년 03월 26일 (월)  채지혜 기자  know@idomin.com 


50여명의 사람만 앉아도 가득 차는 방을 60여명이 넘는 관객들이 어깨에 어깨를 맞대고 빼곡히 앉았다. 여기에 연주자들과 국악관현악 연주자들이 한 공간을 나누고 나니 중요무형문화재 30호 가곡전수관(관장 조순자)의 지음실이 더욱 좁게만 느껴졌다.


지난 24일 오후 5시 가곡전수관의 토요상설공연 '나눔'이 첫 문을 열었다. 가곡 전수관은 개장 전부터 공연장이 없어 반쪽 개장이 아닌가하는 문제가 제기됐을 정도로 열악한 여건 속에서 국악 상설 공연을 드디어 무대에 올리게 된 것이다. 개관 6개월만이다. 가곡 전수관의 상설공연은 다른 국악 공연과는 차별되게 '가곡'으로 상설 공연을 엮어 나간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조순자 관장의 해설과 함께 한 이날 공연에서는 '모란은' '유자는' '앞내나' 등의 가곡과 정대석의 거문고 독주 '천년만세' 영제시조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만들어졌다. 조 관장은 가곡을 이르기를 "음악으로 우리의 마음을 갈고 닦는 것"이라면서 "판소리·사물놀이·부채춤·화관무 등의 전통음악이나 춤에 익숙해져 있겠지만 우리 음악 중에도 이런 장르가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가곡'이라고 하면 서양식 음계에 우리 말 가사를 붙인 서양식 한국 가곡을 떠올리기 쉽지만 우리 전통가곡은 삼국시대부터 맥을 이어오면서 사라지지 않은 소중한 자산이다.


빠른 것에 익숙해져 있고 자극적인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세대들에게 정적인 느낌마저 주고 관현악반주에 맞춰 움직임 없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 10대 가곡 이수자가 전했던 대로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 지고 차분해지게 하는 음악"이라고 한 정의가 실감이 나는 무대였다.


가곡은 우리가 국어시간을 통해 접했던 문헌인 '청구영언' '해동가요' '가곡원류' 등의 가집에 들어 있는 아름다운 시에 관현악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곡들이다 보니 공연 입장 전에 나누어주었던 가사집을 통해 가사를 새기며 듣는 재미도 있었다. 책을 통해 보아오던 시귓가 음악이 되어 흐르니 '풍류'가 절로 이는 듯 관객 중에는 음악에 맞추어 가볍게 몸을 좌우로 흔드는 이도 있었고 뚫어져라 가사집에 심취해 있는 이도 있었다.


특히 이날 감상할 수 있었던 영제시조는 가곡전수관의 상설 공연이 왜 계속되어야 하는지의 의미를 더욱 깊게 했다. 조 관장은 이종록 명인의 영제 사설 시조의 순서를 소개하며 "모든 소리에는 '제'가 있는데 시조창에도 '제'가 있다"며 "옛 문헌에 보면 영남 특히 마산지역에 영제 시조의 명인이 많았다 하여 40년 전 마산에 내려왔을 때부터 명인을 찾아다녔지만 찾기가 쉽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무엇이든 쓰지 않고 두면 잊혀진다.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았던 '영제시조'가 지금은 명맥을 찾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는 것은 그것을 아끼고 찾는 사람이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리라. 경남에는 국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원인은 찾는 사람이 없어서 였을 수도 있고 공연을 하는 사람이 없어 사라지고 있을 수도 있다. 가곡 전수관의 토요 상설 공연으로 지역에서 국악 공연을 접할 기회가 늘었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공연 횟수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침체'라고 표현되는 경남국악에도 '활기'의 꽃이 필 수 있지 않을까.


가곡 전수관의 토요상설공연은 매월 넷째주 토요일 오후 5시 가곡전수관에서 열리고 입장료는 무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