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탄] 계면조 편수대엽 '모시를' 을 배우다

2009. 4. 14. 16:46왕초보 노래배우기


나는 [왕초보의 노래배우기 제1탄]을 쓰신 허명숙 교수님을 좇아 가곡을 배우게 된 두 명의 제자 중 한 명이다.
나는 고교시절 연극부에서 창을 배운 적이 있어, 그 당시에 곧잘 했던 기억에 가곡을 배우자고 하시던 허교수님을 좇아 조금은 자신감을 갖고 가곡을 시작했다. 그런데 첫 수업 때 조순자 선생님을 처음 뵙고 "버들은"을 배우면서 가곡이 창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 전에도 '가곡'이라고 하면 "가고파"같은 서양 가곡 밖엔 몰랐지만.)


속목 발성이 핵심

내가 예전에 배웠던 창이라는 것이 연극 발성을 위해 배웠던 것이라 정통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의 짧은 소견으로 창은 대부분 서서 발성을 하고 크게 내지르는 소리 위주였는데 가곡은 앉아서, 내지르기 보다는 속목(120도 발성) 발성이 핵심이었다.

처음엔 저도 노래 좀 해요, 하며 자신있게 수업에 들어왔지만 조순자 선생님의 노래를 듣고 나서 감탄과 동시에 내가 과연 반에 반이라도 부를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꼭 불러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조상들이 호연지기를 위해 불렀던 그 노래들을 나도 꼬옥 불러보고 싶은 거다.

이번 수업 때는 계면조 편수대엽 "모시를" 배웠다. 새로운 곡을 나갈 때면 조선생님께서는 항상 가사를 읊어주시고 그 의미를 새겨 주신다.

1장 : 모시를 이리저리 삼아
2장 : 두루삼아 감삼다가
3장 : 가다가 한 가운데 뚝 끊쳐 지옵거든 호치단순(皓齒丹脣)1)으로 흠빨며2) 감빨아3)     섬섬옥수(纖纖玉手)4)로 마조잡아 배붙여5) 이으리라, 저 모시를.
4장 : 우리도
5장 : 사랑 그쳐 갈제 저 모시 같이 이으리라

<주석>
1) 흰 이빨 붉은 입술.
2) 혹 들여 빨며.
3) 입으로 감아서 쪽 빨아.
4) 부드럽고 고운 여자의 손.
5) 바비작 거리어 비비여.

모시를 감다가 끊어진 모시를 이어 붙이듯이 우리의 사랑도 그러할 때면 모시처럼 이어가자는 내용이다. (일상에서 작품의 소재를 찾은 것이 "버들은"과 비슷하다. 아마도 여인의 글이었으리라.)


빠른 곡이나 느린 곡이나 어렵기는 매한가지

조 선생님께선 새로운 곡을 시작할 때면 언제나 먼저 노랫말의 의미를 밝혀주시고 곡을 어떻게 불러야하는지 선창을 해주신다. 그후 1장부터 차례로 한 장씩 선생님을 따라 부르며 곡을 익힌다. 조 선생님께서 선창을 하시는 것을 들을 때는 아~ 이런 곡이구나,하면서 금방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해보면 어림없기가 태반이다.^^

계면조 편수대엽 '모시를'은 이전에 배웠던 곡들보다 비교적 빠른 진행의 곡으로 노랫말의 흐름도 빠르다. (그래서 한 음절을 긴 호흡으로 부르던 이전 곡들보다 쉽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막상 불러보니 느린 곡이나 빠른 곡이나 왕초보에게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

아직 가곡에 대한 이해가 낮기 때문에 조 선생님께서 수업 중에 해주시는 해당 곡에 대한 음악 이론들의 내용을 쉽게 설명해주심에도 불구하고 잘못 알아 듣기 일쑤다. 국악, 즉 우리나라의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서양의 음악 이론에서 표현을 빌려와서 설명될 때야 비로소 "아~"하게 된다.

동시에 우리 음악을 서양 이론을 빌려서 이해하게 되는 상황에 당황하게 된다. 우리가 우리의 것을 교육하는 데에 얼마나 무심했는지 깨닫게 된다. 그 무심함 만큼 우리 것의 가치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이에 대한 조 선생님의 말씀들도 앞으로 함께 나누고 싶다.


가곡을 배우면서 깨닫게 된 우리 민족의 가치

나는 조 선생님의 수업을 받으며 가곡을 배우게 되면서 우리나라, 우리 민족의 가치를 새롭게 깨닫게 됐고, 우리나라니까 사랑해야지가 아니라 정말 사랑할 수 밖에 없구나하는 마음이 생겼다. 노래 하나 배우면서 되게 거창하네,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이런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 기회가 될 때마다 조금씩 나눠보도록 하죠^^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미흡하나마 왕초보 수준에서 이해한 곡의 특성을 조 선생님의 말씀을 인용해 정리해보려 한다.

"(이 곡을 보면) 3장 끄트머리가 달라졌지요. 3장 끄트머리는 불변이라고 해서 '태.림.'으로 끝난다고 했는데 여긴 '중.림'이잖아요. 이런 형태는 남창의 패턴이거든요. 남창은 (3장에서)'중.림'이 불변으로 평조든지 계면조든지 다 똑같이 이렇게 해요. 그러니까 이 편삭대엽("모시를"은) 남창 패턴을 그대로 하고 있는 거예요.

여기서 '태.림'하고 올라오면 (음의)폭 이 넓거든요. 그런데 '중.림'하면, ('중'에서)바로 위의 음(인 '림')으로 밀어서 끝을 내는 남창 스타일이예요. (남창의 비교적) 쉬운 패턴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거예요. 여창은 언제든지 (비교적) 힘들게 해서 '태.림', 즉 폭이 넓게 끝을 내거든요.

남창은 통목으로 올라가는데 여창은 속목(120도 발성)으로 가면서 고음의, 난이도가 높은 발성을 하는 거죠. 통목으로 하면 (발성이) 쉽죠, 그런데 속목으로 하면 힘들거든요. 여창이 남창에 비해 힘든 발성과 음 진행을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똑같은 것도 여창은 속목을 사용하죠."

'모시를'을 부를 때는 3장의 마지막 음의 변화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조 선생님께서는 3장이 많은 것(가사의 의미에서도 역시)을 수용하고 있다고 덧붙여 주셨다.
"노랫말로 부를 때는요, 음정이 남여(?)같은 데에서 묵음으로 나올 때는 잘못 들으면 음정이 원 음정으로 안들릴 때가 있으니까 노래할 때 음이 잘 안들리면 율명으로 부르세요. 그리고 나서 노래를 하면 보다 잘 됩니다."

이전까지 느린 곡을 해왔다가 빠른 곡에 적응을 잘 못하자(박자를 세는 방법도 이전과 달랐다) 조 선생님께서는 그럴 땐 율명으로 연습을 했다가 노랫말을 붙여 하면 보다 쉬울 거라 하시며 음을 보다 정확히 익히도록 율명으로 가르쳐 주셨다.

율명으로 연습하는 동안 같은 율명이 반복되는 부분들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역시 기본이 탄탄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왕초보에게 있어 노랫말로도 율명으로도, 아직은 둘 다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율명이 된다 싶으면 노랫말 붙일 때 헷갈리고 노랫말로 비스무리 된다 싶으면 율명이 엉망이 되곤 한다.^^
하지만 노력을 더하고 날이 더해지면 왕초보에서 초보로 옮겨가게 되리라.

이번 수업 끝.

글쓴이 : 이기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