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금요풍류] 낙엽엔들 못 앉으랴

2010. 12. 4. 16:05풍류방이야기




12월 3일 스물네번째 금요풍류.

어려운 첫 발걸음 해주신 관객분들, 늘 자리를 지켜주시는 관객분들과 함께 했습니다.
이날 금요풍류는 영송당 조순자 관장님이 안계신 상황에서 진행되었어요.
<기억의 목소리> 시리즈 및 각종 초청공연, 가곡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로 인한 인터뷰 등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쁘셨는데, 역시나 과로 탓에 몸이 조금 안좋으셨거든요.
공연시작 두 시간 전에 집에 가셔서 쉬셔야 한다는 주변 권유로 어쩔 수 없이 집에 가셨어요. 모두들 관장님의 빠른 쾌유를 빌어주세요. _()_

관장님의 부재로 진행은 팀장님과 김정집 사범님이 맡아주셨습니다. 팀장님이 문을 열고, 김정집 사범님의 곡 해설이 이어졌는데요. 급하게 결정된 사항이라 조금 긴장하셨던 모양이에요. 평소 사범님 답지 않은 진지한 모습이셨습니다. ^.^ 원래는 농담을 아주 잘 하시는데, 사범님 특유의 표정과 결합되면 그야말로 '빵' 터집니다.

1) 기악합주 별곡
  별곡은 아명으로 정상지곡(呈祥之曲)이라고도 합니다. 《영산회상》을 처음 상령산(上靈山)에서 마지막 군악(軍樂)까지 순서대로 연주하는 형식에서 벗어나 도드리나 우조가락도드리 · 양청도드리 · 계면가락도드리 등을 삽입시켜 연주하는 형식인데요. 삽입시키는 곡에 따라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날은 도드리에서 4장에서 시작해 7장 끝에서 하현도드리까지 연주했어요.
 


2) 생황병주 수룡음
 수룡음은 본래 성악곡인 가곡의 반주 선율을 기악곡화한 레퍼토리입니다. 이처럼 관현악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가곡은 경우에 따라서 노래 없이 기악곡으로 연주하는 때도 많습니다. 기악곡으로 연주할 때는 거문고와 가야금을 제외시킨 관악 편성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악기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주어 새로운 기악곡의 면모를 갖추게 되는데요. 수룡음은 가곡의 선율 중 계면조 평롱, 계락, 편삭대엽의 관악 버전인데, 관악 편성 중에서도 생황과 단소 두 악기의 병주곡으로 즐겨 연주됩니다.


3)  거문고산조 한갑득류
 산조(散調)란  흔히 독주곡을 일컫는데요. 한자를 보면 ‘흐트러진 조’라는 뜻입니다. 산조는 조선조 말기에 가야금에서 시작됐고, 무가에서 하던 시나위 음악이 독주곡으로 변화된 곡입니다. 인간의 감정을 정악에서처럼 절제해서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슬프면 슬프고, 기쁘면 기쁜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기 때문에 옛날 어른들이 흐트러진 곡이라 한 것이지요. 하지만 현대에는 ‘흐트러진 곡’으로 지칭되기보다 높은 예술성을 지닌 독주곡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들어본 거문고산조. 요즘 음악에 비하면 이마저도 절제된 듯 들리는데 말이죠...


4) 영제 평시조 짚방석 내지마라

   初章  짚 방석 내지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中章  솔 불 켜지 마라 어제 진 달 돋아온다
   終章  아해야 박주산채(薄酒山菜) 일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노랫말이 좋지요? 낙엽있으니 방석도 됐고, 달 있으니 불도 켜지 말라는...  분에 넘치게 가지고 있는데도, 자꾸만 부족하다고 느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흠흠 이젠 지르지 말자.


5) 가곡 반우반계 반엽 남하여

   初章  남하여 편지(片紙) 전(傳)치 말고
   貳章  당신(堂神)이 제오도여
   參章  남이 남의 일을 못 일과져 하랴마는
   四章  남하여
   五章  전(傳)한 편지(片紙)니 일동말동 하여라

6) 가곡 계면조 두거 임술지
   初章  임술지추(壬戌之秋) 칠월기망(七月旣望)에
   貳章  배를 타고 금릉(金陵)에 나려
   參章  손조 고기 낚아 고기 주고 술을 사니
   四章  지금에  
   五章  소동파(蘇東坡) 없으니 놀 이 적어 하노라



이날 연주를 누구보다 진지하게 감상하는 관객이 있었으니, 그 이름도 예쁜 나영이. 나영이는 월성초등학교 1학년이에요. 작년에 엄마와 함께 공연 보러 왔는데 계속 오고 싶다고 해서 엄마와 함께 온 것이랍니다. 공연내내 다소곳이 무릎꿇고 앉아서 보던 모습이 아주 깜찍했답니다. 또다른 초등학생 관람객 현준이도 아빠와 같이 공연을 보러 왔는데, 현준이는 6학년이고 가끔 토요일에 와서 수업도 들어요. 공연 끝나고 나영이와 현준이를 소개시켜 줬는데 둘 다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하더군요. 귀여운 친구들. 후훗.



 


- 새싹들의 악기체험



공연이 끝난 후 후평회를 위해 옷을 갈아입고 모였는데 단연 돋보이는 우리 사범님.
섹시한 트레이닝복이 <시크린가든>에서 화제가 된 현빈의 트레이닝복 못지 않아요.
살짝 보이는 난닝구는 전수관 식구들의 마음을 늘 설레게 해요. ^.^;
패션리더 김정집 사범님 화이팅입니다!


- 관객 소감
"관객과 가까이서 공연 한다는 것이 좋았다"  - 강OO
"평소에 우리나라의 전통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전통예절, 다도, 우리 음식, 요리 등등. 음악도... 이러한 전통들은 서로 어우러졌을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작지만 큰 감동을 준 첫 공연에 단원들의 정성과 사랑을 느끼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자주 오겠습니다. 반갑게 맞아주실꺼죠?" - 이OO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전수관
차와 음악이 함께하는 2010 금요풍류 (12월 3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프로그램
  기악합주  ‘별곡’ 
  생소병주  ‘수룡음’
  거문고산조  ‘한갑득류’
  영제 평시조  ‘짚방석 내지마라’
  가곡 반우반계 반엽  ‘남하여’
  가곡 계면조 두거  ‘임술지’
 연주자
  노   래_ 이종록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34호 영제시조 예능보유자)
              조수연 (전수장학생․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김나령 (전수자․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김동영 (전수장학생․부산대학교 국악과 3학년)
  피   리_ 김정집 (국악연주단 정음 관악사범·전 국립국악원 피리 부수석)
  대금·소금_ 정나례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거문고_ 신근영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장   고_ 정동주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해    금_ 이준영 (국악연주단 정음 객원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