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순자 여창가곡전집 출시/듣노라면 머리에 솔바람 이는듯

2009. 4. 24. 12:20언론에 비친 가곡전수관

[한국일보] 1998-08-03 (문화) 기획.연재 11면 1101자 


조순자 여창가곡전집 출시/듣노라면 머리에 솔바람 이는듯 


◎시조에 가락얹어 노래한 전통가곡 45곡 CD 담아


가곡 하면 흔히 「그리운 금강산」 같은 노래를 떠올리지만 전통음악에도 가곡이 있다. 시조를 가락에 얹어 부르는 전통가곡은 그윽하고 깊은 맛이 비할 데 없다. 듣고 있노라면 머릿 속에서 향긋한 솔바람이 이는 듯 가슴이 시원하고 차분해진다. 40년 가까이 전통가곡을 연마해온 가객 조순자(曺淳子·54)씨가 여창(女唱)가곡 첫째·둘째·셋째바탕을 6장의 CD에 담아 「조순자 여창가곡전집」(신나라레코드)을 냈다. 89년 LP로 냈던 첫째바탕을 CD로 다시 찍고 둘째·셋째바탕을 합쳐 15곡씩 모두 45곡을 수록했다. 첫째바탕 연주나 녹음은 더러 있지만 셋째바탕까지 정리한 음반은 처음이다. 특히 송강(松江) 정철(鄭澈·1536∼1593)의 권주가 「장진주사」(將進酒辭)는 그동안 무대에서 불린 적도 음반으로 나온 적도 없는 어려운 곡인데 10년 이상 공부해서 녹음했다.『가곡을 부를 때마다 홍익인간의 정신이 느껴집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마음이지요. 다툼이 사라지고 풀뿌리, 돌멩이 하나까지 사랑하게 됩니다. 이 좋은 음악이 겨우 명맥만 남아 무형문화재로 보호받아야 하는 신세가 된 게 안타까워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음반을 냈습니다』 첫째바탕이란 가장 널리 불리는 노랫말로 된 곡, 둘째·셋째바탕은 일종의 편곡이다. 예컨대 「평조 이수대엽」(악곡 형식)의 첫째바탕은 「버들은 실이 되고…」, 셋째바탕은 황진이의 시조 「동짓달 기나긴 밤을…」이다. 기본선율은 같지만 가사에 따라 분위기가 바뀌고 맺고 끊는 붙임새가 달라져 음악적으로 미묘한 차이가 난다. 문헌으로 짐작컨대 남창·여창 합쳐 수백곡의 가곡이 있었다. 현재 전하는 여창가곡은 71곡, 그나마 기본이 되는 첫째바탕을 다 할 줄 아는 이도 적다. 조씨는 『옛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노래들을 어떻게 다듬고 불러왔는지 보여주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역부족을 느낀다』며 『악보에 전하는 것만이라도 온전히 보존하는 것을 내 몫으로 삼고 창작은 후대의 가객에게 맡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씨는 근대가곡의 원류 금하 하규일(1867∼1937)의 수제자인 소남 이주환(1909∼1972)의 직계제자로 70년 이후 마산에 살면서 활동해왔다.


<오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