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이야기] "마산, 길을 찾다" 출판기념회

2009. 12. 11. 16:24사랑방이야기

마산에 와서 마산 사람들한테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예전에 마산은 전국 7대 도시 중 하나였다"는 말이었는데요. 그 다음에 많이 들었던 말은 "20년 전만해도 창원은 허허벌판이었는데, 참 많이도 변했다"는 것입니다. 창원에 거주하는 저는 일하는 곳이 마산에 있는 가곡전수관인지라 하루에 두 번씩 시 경계를 넘나들며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마산, 진해에 이어 어제 창원 시의회에서도 마산, 창원, 진해의 통합에 찬성안을 가결하면서 이제 세 도시가 하나의 통합시가 되었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말 그대로 다리 하나만 건너면 창원, 마산인데 도시 이미지는 딴판입니다. 처음부터 계획도시로 만들어진 창원의 많은 녹지와 넓은 보도, 시원시원한 도로에 비교하면 마산은 보행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좁고 울퉁불퉁한 보도, 낡은 상업건물과 주택들, 상업지구에 무분별하게 늘어선 간판들 등이 겉으로 보이는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또 제가 창원에 거주하면서도 마산을 더 좋아하게 된 데는 아마도 마산이 가진 특별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엊그제 12월 10일(목) 저녁 경남대 평생교육원 강의실에서 열린 서익진 교수의 <마산, 길을 찾다> 출판기념회에서 그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었습니다. 마산 지역 출판물을 발행하는 리아프리즘 문고의 첫 발간물인 <마산, 길을 찾다> 출판기념회에서 경남대 유장근 교수는 "마산은 역사학을 전공하는 내게 광맥과 같았다"는 말로 말문을 여셨는데요. 유장근 교수님의 말대로 오동동 골목길을 걷다보면 누군가의 추억을 들여다보는 것도 같고, 아구찜 골목이나 통술집에 먹는 술과 안주도 음식과 함께 가게의 역사와 분위기를 함께 먹게 되어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마산, 길을 찾다>는 경제학자인 서익진 교수가 심각한 인구유출과 난개발로 인해 역사와 문화를 잃어가는 마산이 나아가야할 도시 재생 방안을 다루고 있는 문고판 서적입니다. 책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머리말에서 인상깊었던 한 대목에는 이런 이야기가 씌여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무학산이 전국 산악인들에겐 최고의 등산지로 꼽힌다고 한다. 왜냐고? 멀리 호수같은 바다를 유유자적 떠다니는 요트와 보트들, 잘 정비된 해변공원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해변 그린웨이를 시원하게 달리는 자전거 물결을 바라볼 수 있고, 서마지기 야외공연장에서 갖가지 공연과 전시를 감상할 수 있고, 유명한 마산 '진짜' 아구찜은 물론 값싸고 싱싱한 회맛을 볼 수 있기 때문이지.
                                                                         - '노자의 꿈, 마산의 꿈', p.9

어때요? 여기까지만 읽었는데도 저절로 미소가 떠오르지 않나요? 물론 이런 내용은 아직은 '꿈'입니다. 한데, 서익진 교수는 이런 꿈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책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책의 나머지 부분은 이러한 꿈의 현실화 방안입니다. 저도 아직 읽지 못한 나머지 부분들은 정말 꼼꼼히 읽어봐야겠습니다. 이번 출판기념회에 가서 좋은 책을 만난 것 외에도 또 하나 좋았던 점을 꼽자면, 서익진 교수와 같은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분들을 많이 뵐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서익진 교수와 절친한 박진해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대표는 축사에서 "서울에서 대학을 마치고 나와 서익진 교수는 고향 마산으로 내려와 지역 출판사인 도서출판 <청운>을 만들었다"고 말했는데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모두가 서울, 서울, 서울을 외칠때 지역을 위해 일을 하려하셨다는 게, 그리고 여전히 그 마음을 변치 않고 여러 의미있는 일을 하고 계시다는 데에 큰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출판기념회는 축사와 저자소개, 기념 특강, 축하 공연으로 이어졌는데요. 틀에 박힌 축사나 저자소개가 아니어서, 또 마산이 처한 고민과 해결방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담긴 기념 특강을 들을 수 있어서, 마지막으로 끝나고 먹었던 부페가 맛있어서 '가길 참 잘 했다'싶은 행사였습니다. 모쪼록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로 리아프리즘문고와 문고에서 발간되는 모든 책들이 잘 될 수 있도록 바라봅니다.

★ 출판기념회에서 찍은 사진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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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장근 교수님과 영송당 조순자 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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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저자이신 서익진 교수님과 영송당 조순자 관장님, 저자소개를 하신 박진해 대표님, 기념 특강을 하신 허정도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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